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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나도 해열제만 주는 생활치료센터…"코로나 치료제 도입을" 청와대 청원

경증 환자 다루는 치료센터선
코로나 항체치료제 투여 불가

"병세악화 땐 치료제 투입 필요
병원이송 절차도 간소화해야"

  • 입력일 : 2021.07.27 17:53   수정일 : 1970.01.01 09:00
◆ 코로나 백신 확보 비상 ◆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코로나19 확진 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뒤 폐렴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열이 나고 백혈구 수치가 2000 이하로 떨어졌지만 생활치료센터에서는 해열제를 주는 게 전부였다. 폐섬유증 초기 의심 환자였던 50대 B씨 역시 생활치료센터에 와서 연일 기침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A씨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의 이송을 수차례 요청한 끝에 병원에서 폐렴 소견을 받아 항체치료제를 투여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생활치료센터에 계속 머물렀다면 치료제 투여 기준일인 7일을 경과해 제때 투약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치료센터 내에서 조기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경증 환자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이상 발견 시 신속한 절차로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게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진 후 가벼운 증상으로 입원했다가 악화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들에 대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항체치료제를 생활치료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지금까지 5000명이 넘는 사람에게 동의를 받았다.

생활치료센터는 경증 환자의 병세를 모니터링하는 격리시설로, 환자는 병세가 심각해지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된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65개의 생활치료센터가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송에 따른 복잡한 절차와 소요 시간으로 인해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쓰는 항체치료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는 증상 발생일로부터 4일 내에 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7일을 넘기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생활치료센터에서는 렉키로나 투여가 불가능해 환자가 자각 증상을 느껴 전담병원 이송을 신청해야 하며 절차가 길어지면 7일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도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경증 단계에서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이 생활치료센터에서부터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생활치료센터에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면 중증 환자의 70%가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한 렉키로나 투여에 대한 엄격한 적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선 렉키로나를 24시간 미만의 초기 외래 환자에게 투여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국내는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흉부X선(CXR)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 폐렴 소견 진단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만족해야 렉키로나 사용이 가능하다. 이 중 폐렴 증세 확인을 위한 CXR나 CT는 생활치료센터에선 불가능하다.

정부도 생활치료센터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27일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 내 의료진과 전담병원 의사들 간 환자 상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환자를 전담병원에 두는 게 적합하다고 하고, 전담병원 쪽에선 증상이 경미한 환자가 입소해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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