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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재혼 늘어…가족범위 더 넓히고 법과 제도 정비해야

전영수 한양대 교수의 진단

  • 입력일 : 2021.06.27 17:29   수정일 : 2021.06.27 20:18
◆ 황혼 '부부의 세계' ◆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로 알려진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베이비부머 시작점인 1955년생을 기준으로 20년간 태어난 인구가 약 1700만명"이라며 "과거보다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 수명 연장과 신체 건강 효과까지 얻은 이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황혼 인연'을 찾는 건 자연스럽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 '신노년'이 보여줄 라이프스타일은 '현역 연장'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생산·소비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국의 황혼이혼·재혼 증가 현상이 선진국형 모델을 따른다고 주장했다. 황혼이혼·재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해당 세대의 경제적 환경 개선과 수명 연장이 더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황혼이혼·재혼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유교를 기반으로 한 전통 모델이 붕괴한 여파"라며 "황혼이혼·재혼이 활발해진 시점을 20년 전부터 두고 본다면 초기에 여성 인권 향상이나 가부장적 가족제도 완화 효과가 컸던 까닭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이어 "가치관 변화는 이 같은 현상과 함께 경제력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혼 시 국민연금 분할 등 자산 분배 효과가 발생한 점이 트렌드의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황혼이혼·재혼이 늘면서 기존 법과 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가족상이 좀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19세기 인식으로 20세기 제도를 통해 21세기 사람을 규정하면 곤란하다"며 "사회 통제를 위한 규율적이고 경직적인 기존의 가족 관련 법률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 등 느슨하되 가족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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