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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군축협상 재개…"건설적 만남" 자평

미러정상회담 3시간 만에 종료

관계 정상화 불씨 살렸지만
"여전히 평행선 달려" 평가도

  • 입력일 : 2021.06.17 17:37   수정일 : 2021.06.17 22:5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군축 협상을 재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두 정상은 전략적 안정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전략적 영역에서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무력 충돌 위험과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려는 공동 목표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오늘 우리는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미·러 양국은 실전 배치된 '전략핵무기' 숫자를 감축하는 내용의 '뉴 스타트(전략무기감축협정)'를 5년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종료됐다면서 양국이 새로운 핵 군축 협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를 러시아가 수용한 셈이다.

양국은 또 상대 국가에 주재국 대사를 복귀시키며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가 다음주 중 미국으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표현한 뒤 주미 러시아대사는 본국으로 소환됐고 주러 미국대사도 지난 4월 출국 권고에 따라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날 미·러정상회담은 애초 예고됐던 4~5시간에 못 미친 3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양국 정상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불씨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군축 필요성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제외하곤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는 평가다. 회담을 마친 뒤 먼저 단독 기자회견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만남은 적대감 없이 진행됐고 건설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경륜 있는 정치가"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대면하는 것은 바이든이 부통령일 때인 2011년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 10년 만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별도 기자회견에서 "회담은 매우 솔직하게 진행됐고 위협은 없었다"며 "푸틴 대통령도 미국과의 신(新)냉전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의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하고자 한 것들을 모두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사이버보안' 문제에 대한 전문가 그룹 간 협의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한편 타국 정상과의 회담에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보다 15분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들소 모양의 크리스털 조각상과 조종사용 안경을 선물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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