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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국민도 아니냐"…방역패스 의무화에 뿔난 미접종자들

"알레르기 탓에 못 맞는데…"
방역패스 의무화 반발 여전

  • 입력일 : 2021.12.13 17:56   수정일 : 2021.12.13 20:27
◆ 코로나 대란 ◆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정 모씨(30)는 13일부터 방역패스가 의무화되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정씨는 어린 시절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 평생 동안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고 병원에서도 권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면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는데 이를 감안해 주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마트,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아이와 식당까지 이용할 수 없어 꼼짝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 둘이 있는데 목숨을 걸고 접종을 시도할 수도 없고 갓난아이들을 데리고 매번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 줄을 설 수도 없다"며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게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이날부터 방역패스가 의무화되면서 불가피하게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카페와 식당은 혼자서만 갈 수 있고 학원과 실내체육시설은 아예 갈 수 없다. 특히 정씨처럼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백신을 접종받지 않으면서 아이까지 불편을 겪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불가피한 경우 예외확인서를 발급받거나 PCR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회사원 이 모씨(29)는 "다른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이 있었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이 아니면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라도 예외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씨(32) 또한 "백혈구 수치가 낮아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저히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다. 정부는 나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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