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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초저가 제품 습격에 국내 소상공인 줄폐업

알리 관련 민원은 5배 쑥

  • 입력일 : 2024.03.13 18:00   수정일 : 1970.01.01 09:00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면서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계와 제조업 생태계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초저가 상품 공세 속에 소비자가 불량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국내 사업자는 가격 경쟁에서 밀려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13일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465건으로 전년 대비 5배 늘었다. 전체 신고 중 절반에 달하는 226건은 배송이 지연되거나 상품이 누락되는 식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불만이었다. 불량 또는 파손 제품을 받아 '품질 불만'으로 신고한 사례도 전체의 5분의 1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만 150건 넘게 접수돼 피해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양상이다. 유통업계는 한국 소비자 다수가 중국 이커머스 상품에 품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구매한다는 점을 더욱 큰 문제로 본다. 어차피 초저가 물건이라 불량품은 버리면 된다는 인식이 커서 '저품질' '짝퉁' 위험을 알려도 구매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3000원에 구입한 로봇청소기가 며칠 안 돼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며 "애초 3000원대 로봇청소기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환불 요청 없이 폐기 처분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영세기업·소상공인은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인천에서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 B씨는 "중국 이커머스에서 양말 10켤레를 3000원에 판매하는 걸 봤는데 국내 업체는 이런 저가 공세를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때 이미 양말 공장의 3분의 1이 문을 닫았는데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다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충북 제천에서 음이온 칫솔 살균기를 만드는 C씨는 "알리, 테무, 쉬인 때문에 1년 새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우리 제품은 원가가 1만원인데 알리에선 비슷한 제품을 5000원부터 판매하고 있으니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얼리, 신발, 속옷 같은 패션 분야는 국내 영세업체가 초토화되고 있다.

[이호준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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