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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구용원자로 3년째 스톱…탈원전 獨, 수도 한복판 가동

한국 의료·반도체기술 낙후시켜
방사선 원료도 100% 수입 의존

  • 입력일 : 2017.08.20 17:59   수정일 : 2017.08.21 10:08
◆ 연구원자로 '하나로' 3년째 중단 ◆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연구용 원자로가 멈춰버리니 모든 게 뒤죽박죽입니다. 원료를 전량 수입해야 하고, 고객 불만도 쏟아지고, 매년 200억~300억원씩 매출이 날아가 남는 게 없습니다."

국내 유일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 가동이 중단된 지 3년1개월째, 하나로가 있는 대전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만난 한 입주기업 임원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산업용 비파괴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호진산업기연의 박춘득 전무는 "당장 오는 10월 내년도 원료(방사성동위원소) 수입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다음달까지 하나로 가동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 원료 조달에 차질이 생겨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국내 수요 중 85%를 공급하고 해외 10여 개국에 수출까지 했지만, 멀쩡하던 국내 원료 공급원이 끊겨 졸지에 100% 수입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이 업체뿐만이 아니다. 세계 5위권의 대형 연구용 원자로였던 하나로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학계·의료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나로는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멈췄다가 지난 2년여에 걸쳐 내진 보강 공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재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휘말려 아예 폐쇄 위기에 부딪힌 것이다.

탈원전을 표방한 독일마저도 수도 베를린과 뮌헨에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가 연구용 원자로 운영에는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국만 '올스톱' 상태다.

원자로가 가동을 멈추면서 과학기술 개발도 답보 상태다.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리튬 배터리 소재, 수소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용 강판 개발 등 중성자를 이용한 연구가 멈췄다. 갑상선암, 소아 희귀암 등을 치료하는 표적 항암제의 원료인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도 생산이 중단돼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 <용어설명>

▷하나로(HANARO) : 1995년 우리나라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해 만든 국내 유일의 연구용 다목적 원자로다. 우라늄 핵분열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해 의료·비파괴 검사용 방사성 원료를 생산한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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