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 구독신청

최저임금 1만원의 그늘…'자장면 8천원 시대' 온다

올라간 최저임금 만큼 자영업자 부담 증가…물가상승 압박 요인으로
고용부 "인건비 비중 높은 일부업종 가격상승 불가피"

  • 입력일 : 2017.06.26 17:54   수정일 : 2017.06.26 23:12

# 가맹점주 A씨는 조만간 아르바이트생보다 자신이 더 못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달 꼬박 일해봐야 자신이 버는 돈이 월 평균 228만원(2015년 통계청 기준) 남짓인데, 만일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아르바이트생은 풀타임 기준 현재 135만원에서 209만원으로 월급이 올라간다.

반면 자신은 풀타임 아르바이트생을 계속 고용할 경우 월급이 154만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최저임금 규제로 인해 사장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더 많이 버는 현실이 곧 닥쳐오게 된 셈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고민이 많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인건비가 오르면 자장면 값, 서비스 요금 등 생활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가령 자장면이 현재 5000원대라면 이를 8000원(1.6배)까지 높여야 최저임금 인상분(1만원 기준 현재 대비 1.5배)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장면 8000원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율 경감 대책 등을 통해 자영업자 부담을 다소 완화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연간 비용 완화가 80만원 정도 수준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에 맞춰 이에 영향을 받는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의 물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야 자영업자 매출액이 증대하면서 최저임금발 고용 충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충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9일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률이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상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물가 상승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할 경우 오히려 취약계층 실질소득을 높이면서 동시에 임금격차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물가 상승이 오히려 상당수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잠식하면서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이 같은 물가 상승론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우선 대기업 정규직이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 상승을 요구할 경우 임금 격차는 그대로이거나 확대되면서 '노동비용'만 전반적으로 높여 해외로 공장 이전 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최저임금 영향권 밖에 있는 중산층의 구매력이 줄어들어 오히려 매출액 증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호주머니를 두껍게 만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들의 임금 상승분이 실제로 수요를 창출해 지속적으로 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까지 용인해버리면 대기업 정규직이 그만큼 더 많은 노동 몫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물가 상승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부담이다. 일반 국민들 소득은 늘지 않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물가가 들썩일 경우 이를 묵묵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물가 상승을 용인해도 된다는 측은 향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해도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면 무엇보다도 임금 격차를 해소할 유인이 된다는 주장도 편다.

최저임금 인상률(10%대)이 물가상승률(3~5%)을 앞지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등 취약 근로계층의 실질임금은 상승한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면 물가 상승률만큼 이들의 실질임금은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정규직·비정규직 혹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절반에 달하는 임금 격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안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서 "지금보다 높은 물가를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최저임금 1만원은 임금 격차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득 주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자장면이 약 5000원인데 이를 8000원까지 올리도록 수용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자영업자는 같은 양을 팔면 매출액이 1.6배 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승분(1.5배)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취약계층 역시 기존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시급이 오르기 때문에 보다 많은 구매력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