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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門 확 넓어지나" 공시촌 기대

"올해가 마지막 고시…" 신림동 고시촌은 침울

  • 입력일 : 2017.05.11 17:57   수정일 : 2017.05.11 23:25
◆ 문재인 시대 ◆

"1500명 더 뽑으면 해볼 만하다. 이번엔 꼭 합격해야지." "그런데 생활안전 분야면 일행직(일반행정직) 맞아?"

11일 수백 개 공무원시험준비 학원 간판이 거리마다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일대. 점심시간 한 끼 해결을 위해 '컵밥' 노점상을 찾은 소위 '공시족'들은 공통된 주제를 놓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공공 일자리 확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새 정부가 1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하반기에만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는 게 주된 화제다. 특히 각각 1500명씩 채용할 예정인 소방·경찰·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준비생과 3000명을 추가로 뽑는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임 모씨(28)는 "3년째 낙방을 거듭했는데 문이 대폭 넓어지는 것 같아 이번엔 정말 붙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새 대통령이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경찰·소방·복지 분야 공무원을 우선적으로 늘리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황 모씨(29)도 "교사를 대폭 늘린다는 소식에 주변 수험생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수험생들은 "여기에 있는 공시족 둘 중 한 명 이상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일대 학원가에도 불과 이틀 사이 수강을 묻는 전화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한 경찰시험 학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 안을 내놓은 게 없어서 큰 변화는 없지만 어제부터 수강 관련 전화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원 직군별·급수별로 온도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간부 후보생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 모씨(27)는 "수험생들 사이에 간부시험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가 썰렁하다"며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경찰대 폐지'인데, 똑같이 시험을 통해 곧바로 경위로 임용되는 간부후보생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좌불안석하는 것은 행시나 외시(5급 공무원 공채) 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공시족 중심의 노량진과 전혀 다른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곳곳에서 "이번에 떨어지면 진짜 끝일지도 몰라"라거나 "로스쿨은 너무 비싸고 합격해도 미래가 걱정인데…" 같은 불안 섞인 대화들이 오갔다. 고시생 박 모씨(29)는 "사법고시가 사라지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남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행시(5급 공채)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공채를 폐지하면 특채가 확대될 텐데 채용 과정이 불투명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와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행정고시 폐지를 골자로 한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측은 "연구소 발표 내용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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