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작년 세수 300조 첫 돌파…조세부담률도 역대 2위

국세·지방세 318조…법인세·소득세 많이 걷혀
담뱃세는 1년새 23% 증가…늘어난 GDP의 37%가 세금

  • 입력일 : 2017.04.16 17:37   수정일 : 2017.04.16 17:42

지난해 우리 국민이 세금으로 낸 돈이 320조원에 달하면서 조세부담률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양도소득세가 증가했고, 박근혜정부 4년간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한 영향이 크다. 현재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조세부담률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 242조6000억원, 지방세 수입 75조5000억원(잠정)으로 총조세 수입이 31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조세가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조세부담률은 19.4%(잠정)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18.5%)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법인세 감면이 있기 전인 2007년(19.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 100을 생산하면 그중 20이 세금으로 납부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유독 세금이 많이 걷혔다. 작년 총조세는 법인세·소득세 등 주요 세목이 대거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9조2000억원 늘어났다. GDP 증가분(78조원)의 약 37%를 정부가 가져간 셈이다.

우선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부가세가 전년 동기 대비 7조7000억원 더 걷혔다. 법인세 역시 대기업 대상의 비과세 감면제도가 정비되고 석유화학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서 한 해 전에 비해 7조1000억원 더 들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세는 부동산시장 호조와 근로자 임금 상승 등으로 양도소득세·근로소득세 등이 많이 걷혀 전년 동기 대비 7조3000억원 더 걷혔다"고 밝혔다.

지방세 수입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주민세·지방교육세·재산세·자동차세 등이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7~16%가량 올랐다. 특히 2015년 담뱃세 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담배소비세 징수액은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7000억원) 급증했다.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을 주장해 앞으로 조세부담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고소득자 증세, 부동산 보유세 인상, 법인세 명목세율 25%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법인세 실효세율을 정상화한 후 25%까지 인상하고,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법인세·소득세 등 주요 세목을 올리겠다며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고, 오직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수준을 어디까지 올릴지를 먼저 합의하고, 이에 맞춰 조세부담률을 올려야 한다"며 "특히 소득세 면세자가 48%에 달하는데 이를 개혁해서 십시일반으로라도 국민이 세금을 내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