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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하루만에…김정은 "10월초 통신선 복원"

대선 국면서 北 냉온전략

金 "남측에 도발할 이유 없다
남북관계는 南 태도에 달려"

北 "美, 8개월간 변한게 없어"
美 "北에 적대적 의도 없다"

  • 입력일 : 2021.09.30 17:47   수정일 : 2021.09.30 19:5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통신연락선을 10월부터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지 하루 만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강온양면'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새 행정부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문재인정부를 이용해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겠다는 '용남통미(用南通美)' 전술로 해석된다.

3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평가하고 현 단계에서의 대남정책을 밝히는 대목에서 "경색돼 있는 현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국군의 무력 증강을 언급하며 "북남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등 북한이 말하는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가 남북 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임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도발로 규정하는) 한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없어져야 한다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담화 내용을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히며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국제정치 정세에 대해 "근본적인 위험은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이라며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국제 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새 미국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외교적 관여' '전제조건 없는 대화' 등 미국이 발신하고 있는 대북 메시지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이 한국에 뚜렷한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면서 대미 비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미국이 키를 쥐고 있는 대북제재 해제라는 궁극적 성과를 얻는 데 있어 한국 정부의 설득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고 대응했다. 2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 "우리는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는 한반도에 안정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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