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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순항미사일 발사했는데…한미 정보당국, 실시간 탐지 못해

北 2발 발사…올해 4번째 도발

1500㎞ 한일 전역 사정권
김정은, 시험발사 참관 안해
3월 北 도발때 침묵했던 美
이번엔 "국제사회 위협" 비판

北 미사일·영변 핵 재개에도
정의용 "북과 대화 시급해"

  • 입력일 : 2021.09.13 17:28   수정일 : 2021.09.14 08:48

북한이 지난 주말 두 발의 순항미사일을 자국 영토에서 시험발사했다. 미·북 관계의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순항미사일을 활용해 한미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1500㎞의 사거리는 한반도 전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미 공군 기지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정밀타격 능력은 훨씬 우세하다. 건물 창문 크기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고도(50~100m)로 비행해 적의 레이더 등 방공망을 회피하는 데 유리한 무기체계다. 그러나 대량살상 등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때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본래 계획돼 있던 자위적 국방력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시험발사했다는 점을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았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시험을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3월과는 달리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선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한다"며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또 이날 미국 미사일방어청은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체계의 요격미사일(GBI) 성능 향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3단계 미사일 추진체(부스터)를 점화하지 않고 2단계 모드에서 대기권 밖으로 발사에 성공한 첫 사례로, 요격미사일에 실린 요격체를 조기에 발사할 수 있어 미사일 위협을 더 빨리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된 것이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그만큼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정 장관은 이날 한·호주 외교·국방장관회의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최근 핵 일부 활동 재개와 어제 지난 3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같이 핵·미사일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 및 관여, 외교가 시급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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