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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文정부, 北에 구걸하듯 하지 마라"

국회포럼서 작심하고 쓴소리

"北도발에 미온적 대응 실망"

  • 입력일 : 2020.07.08 17:45   수정일 : 2020.07.08 19:32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있다. [이승환 기자]
사진설명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있다. [이승환 기자]
8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청와대가 최근 범여권의 대표적인 '대북통'들을 주요 외교안보 라인에 전면 배치한 데 대해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북한에 구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고 일침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 세미나에 참석해 "최근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도발 행위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데 크게 실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할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된다"며 "일편단심은 민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곤혹스럽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국면이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간 만큼 비핵화 상황을 긴 호흡으로 다시 잡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반 전 총장은 "우리가 자꾸 종전선언을 재촉하는데 북한이 모든 걸 백지화하는 상황에서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지금이 종전선언을 해야 할 상황이냐. 아직도 첨예하게 대척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한미워킹그룹 개선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그는 북핵 안보리 결의 준수에 방점을 뒀다. 반 전 총장은 "대북 제재는 유엔 193개 회원국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했다"면서 "우리 스스로 허물려는 것은 너무 단견이고, 정치적 이익만 얻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 약화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조차 한미동맹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언급을 하고 있는데, 삼갔으면 좋겠다"며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10월께 미·북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북한도 미국의 대선 국면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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