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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덮친 세계최강 美항공모함 "승조원들 항모에서 내리게 해달라"

4천명 탑승, 100여명 확진
루스벨트호 함장 긴급 SOS
"전쟁 아닌데 선원 잃을수 없어"

  • 입력일 : 2020.04.01 17:50   수정일 : 2020.04.01 17:51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함장이 "승조원들을 항모에서 내리게 해달라"며 해군 지도부에 SOS를 쳤다. 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선상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이례적인 요청을 한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시어도어루스벨트호 함장인 브렛 크로지어 대령은 전날 해군 지휘부에 보낸 서한에서 결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크로지어 대령은 "지금은 전쟁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단 한 명의 선원도 잃을 수 없다"고 썼다. 그는 이어 "공간의 한계 때문에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다"면서 "감염 확산은 지속되고 있고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모에서 승조원 대부분을 내리게 하고 2주간 격리시키는 건 이례적인 조치이지만 감수해야 할 위험"이라면서 "4000명이 넘는 젊은 남녀를 그대로 항모에 두는 건 불필요한 위험이며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루스벨트호는 3월 24일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괌에 정박했지만, 섬에 군인을 수용할 시설이 넉넉지 않아 승조원들은 배에 머물고 있다. 항모 내 확진자는 100여 명으로 전해진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CBS와 인터뷰하면서 루스벨트호에서 선원들을 대피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에스퍼 장관은 "루스벨트호로 의료장비를 포함한 보급물자와 의료진을 추가로 보내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코로나19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직무대행은 "해군 지휘부는 루스벨트호 사령관과 대처법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며 "항모에는 무기와 비행기, 핵발전기가 있기 때문에 일반 크루즈선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시에 항모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필수 인력의 감염 여부를 먼저 확인해 근무하도록 하고, 다른 선원들을 하선시켜 검진과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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