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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못맞겠다" "그래도 빨리 맞아야 예방"

독감백신 불안감 증폭

잇단 사망에 접종기관 한산
"부모님·아이들 맞혀도 될지"
특정제품 피해 병원 고르기도

  • 입력일 : 2020.10.21 17:52   수정일 : 2020.10.21 19:33
◆ 독감백신 포비아 확산 ◆

"그래도 독감 백신을 맞긴 하지만,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죠."

전국 각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자 독감 백신을 둘러싼 사회적 불안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제주·대구·경기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21일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을 찾은 시민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날 독감 예방접종 지정의료기관인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독감 예방접종 창구는 여느 때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다른 진료과는 환자들로 붐볐지만,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주사실 앞 대기 좌석은 빈자리가 더 많았다. 홀로 접종하러 왔다는 A씨(52)는 "다른 일로 병원에 온 김에 예방접종까지 하려고 기다리는 중"이라면서도 "찝찝한 마음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임신한 아내가 있다는 B씨(35)는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하러 왔다"며 "먼저 예방접종을 한 아내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에 대학병원 교수에게 진료받은 뒤 예방접종을 하겠다며 일부러 이곳을 찾은 시민도 있었다. C씨(40)는 "매년 맞던 거라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며 "남편은 이미 맞았고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무료 접종 기간에 맞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맘카페' 역시 현재 상황에 대한 공포감이 잔뜩 깔려 있는 분위기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주부 김윤지 씨(40·가명)는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걸 보고 아이들과 시어머니 독감 예방접종을 포기했다"며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라리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생활방역을 더 꼼꼼히 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사망자가 맞았다는 백신이 특정 회사 제품이라는 정보가 퍼지면서 방문 예정인 의료기관에 종류를 묻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이진한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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