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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기획 인터뷰] "한국, 北문제 올인하다가 국제무대 존재감 약해져"

후나바시 요이치 API 이사장

  • 입력일 : 2019.01.15 17:52   수정일 : 2019.01.15 21:48

"북한만 바라보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외교안보 전문가인 후나바시 요이치 아시아퍼시픽이니셔티브(API) 이사장은 최근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API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인터뷰하면서 한국 외교가 북한 문제에만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API는 2017년 7월 설립된 일본 민간 싱크탱크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고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나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전략 등 국제사회 핵심 논의에서 볼 때 한국의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이 북한 문제에 올인하는 '한반도 온리(only)' 국가가 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한국 위상 약화는 일본 등 주변국들에도 악재라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해선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주문했다. 그는 능력이 커질수록 의도가 바뀌게 된다며, 대표적인 예로 영국 외교관 아이어 크로가 1907년 작성한 '크로 메모(Crowe memorandum)'와 1945년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을 들었다.

당시 크로는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독일이 몸집을 무섭게 키우는 만큼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영국 정부에 주문했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원폭 생산 능력이 생긴 후 일본의 공습 가능성이 높아지자 원폭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북한도 같은 맥락에서 "능력이 높아진 지금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북한에) 유화 정책을 취하는 것을 보면 지난 1·2차 핵위기의 데자뷔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파키스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할 것인데,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로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한국 정부가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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