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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어려워지면 노동자가 고통 받아…노동계도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해달라"

"현대車 국내 생산라인 설립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나"
해외공장 U턴 간접 주문

  • 입력일 : 2019.01.10 17:51   수정일 : 2019.01.10 22:17
◆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노동·일자리 ◆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를 향해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지만, 다른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으로 돌아온다.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우리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는 노동자 임금을 올리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노동계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촛불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 강경 기조를 완화하고, 노사정 대화체에 참여할 것을 간접 촉구한 셈이다.

노사 간 의견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생산라인을 한국에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주길 바라고, 그렇게 된다면 정부도 전폭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한국에 새 생산라인을 설치한 지 얼마나 됐느냐"면서 "아마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한데 이제는 생산라인을 한국에 만들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1996년 충남 아산공장을 지은 뒤 22년 동안 국내에 설비 투자를 한 적이 없다. 이 같은 문 대통령 발언은 현대차에 해외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유(U)턴 시키는 '리쇼어링'을 간접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현대차와 함께 근로자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완성차 공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러나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등을 놓고 현대차와 노동계가 대립하면서 지난달 5일 이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노동자 임금은 국내 완성차 5곳 연평균 임금의 절반보다 낮은 4000만원 수준으로, 노동자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요즘 우리 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를 늘려 나가는 것이 산업을 회생시키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실험을 통해 국내에서 미래차를 만들 수 있는 생산라인이 들어서야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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