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일(현지시간) 실종된 미국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납치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시한 것이라고 10일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하며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WP는 사우디 관리들이 대화한 것을 미 정보당국이 가로챘으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미국 버지니아에 살던 카쇼기를 사우디로 유인해 구금할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카쇼기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는 사우디 정부에 대한 비판자로 잘 알려졌으며 특히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날을 세웠다.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뒤 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며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와 각별한 관계로 이번 논란에 침묵을 지켜 왔다.
그러나 이번 WP 폭로를 통해 개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철저한 조사와 함께 투명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 의회도 인권법 조항을 근거로 카쇼기 실종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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