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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항암제' 규명…암치료 패러다임 바꿨다

美日교수 공동 노벨 생리의학상
제임스 앨리슨·혼조 다스쿠
면역 기능 강화해 癌공격 밝혀
기존 방사선·화학요법 뒤엎어

  • 입력일 : 2018.10.01 20:31   수정일 : 2018.10.02 08:45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 억제제'를 발견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두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앨리슨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70)와 혼조 다스쿠 교토대 명예교수(76)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는 "2018년도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면역체계를 자극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안을 찾아내 암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두 과학자의 발견은 암을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부에서 세균과 같은 이물질이 신체로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는 T세포나 B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나서서 이들을 파괴한다. 하지만 암세포를 만난 면역세포는 이상하게 힘을 쓰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암치료를 위해서는 절제술이나 방사선치료, 화학요법 등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말기암 환자나 암세포 전이가 많이 일어났을 때 이를 깔끔히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1990년대 이후 암치료 패러다임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는 암세포를 만났을 때 면역세포 기능을 저하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들의 발견은 15년여가 지난 현재 임상을 거쳐 일부 암에 대해서는 치료제로 출시됐다. 현재 폐암을 비롯해 다른 암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연구자들이 발견한 수용체와 이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암의 완치 내지는 장기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 건강에 크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 표면에서 'CTLA-4'라는 수용체가 발견됐다. 앨리슨 교수는 1990년대 초 CTLA-4가 활성화되면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져 암세포를 파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6년 앨리슨 교수는 CTLA-4를 억제하는 항체를 암에 걸린 쥐에 주입하자 암세포가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1999년 메다렉스사가 이 항체를 사들여 신약개발을 시작했고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항체 약물인 '이필리무맙'을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했다.

역시 1990년대 초반 혼조 교수는 PD-1이라는 수용체를 발견했다. 그는 PD-1이 면역세포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2003년 발견해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혼조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예상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암세포 주변에 있는 면역세포는 면역 기능이 사라지는 '면역회피' 현상이 발생했다"며 "당시 꾸준히 노벨상 수상이 거론됐을 정도로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혼조 교수가 찾아낸 PD-1 억제제인 '펨브롤리주맙'은 이후 일본 오노약품에 기술이전됐다. 이후 오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BMS와 함께 임상을 진행해 2014년 FDA 승인을 받고 흑색종 치료제로 출시됐다.

올해 일본이 또다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함으로써 역대 수상자는 24명으로 늘어났다. 노벨 생리의학상 상금은 900만스웨덴크로네(약 11억원)로 두 명의 교수가 나눠 갖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한편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지방법원은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72)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사실상 '열아홉 번째 종신위원'으로 불리던 아르노의 '미투(Me too)' 파문으로 지난 5월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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