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대북협상 시간제한 없다" 트럼프, 장기전 기정사실화

"러 대선개입 부정은 말실수"…여론 뭇매맞자 궁색한 변명

  • 입력일 : 2018.07.18 17:50   수정일 : 2018.07.18 23: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속도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협상과 관련해 "우리에겐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면서 "프로세스를 밟아 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속도를 내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여전히 제재는 계속되고 있고, 인질들은 되돌아왔다"면서 "지난 9개월 동안 핵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를 중단시킨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BS·폭스뉴스 등과 인터뷰하면서도 협상 속도를 조절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미국과 북한이 각각 '워킹그룹' 구성을 마친 뒤 실무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비핵화와 종전협정·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이른바 '빅딜'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7일 평양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오는 25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소집한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까지의 협상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협상 속도를 늦추면 오히려 조급해지는 쪽은 북한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조기에 종전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제재 완화도 앞당기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인 이달 27일에 미군 유해 50여 구를 미국 측에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자신의 전날 발언이 '말실수'였다며 러시아의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전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동이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2016년 선거에 개입했다는 우리 정부기관의 수사 결과를 (내가) 받아들인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말실수를 해 오해가 생겨났다고 밝히며 문제가 된 발언의 원래 의도에 대해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러시아가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이중 부정 문장을 잘못 말했다"며 "나는 원래 부정문을 자주 써 종종 오해를 받는다"고 해명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