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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호주머니 속에서 놀아났다"

미·러정상회담 후 안방서 뭇매맞는 트럼프

  • 입력일 : 2018.07.17 17:45   수정일 : 2018.07.17 17:50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반역적이었다. 그는 푸틴 호주머니 속에 있다."(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러정상회담 이후 자국 내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장에 대해 전혀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푸틴과 미국 정보기관 중 누구를 더 믿느냐'는 기자 질문에 "댄 코츠 등은 내게 러시아가 그랬다고 말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아니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그럴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나는 양쪽을 다 믿는다"고 덧붙였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자국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보다 푸틴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더 신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코츠 국장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 것은 분명하며 그들은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대통령이 푸틴 편에 섰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역사상 적을 옹호한 대통령은 없다"며 "미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11월 중간선거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예 사설 제목을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개적으로 공모했다'고 달았다.

반(反)트럼프 진영뿐 아니라 아군인 공화당마저 싸늘한 반응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수치스러운 기자회견"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임기 중 가장 심각한 실수이며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가리켜 "우리와 러시아 사이를 이간질했다"며 "가짜 마녀사냥을 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최대 문제라고 말했지만 핵 온난화가 우리의 가장 큰 문제"라며 핵 확산을 막는 데 대한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작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년간 계속돼 온 것이지만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며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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