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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국방비 2배 늘려야"…유럽 "미쳤다"

"GDP의 4%까지 확대…방위비 지출 당장 시행"
유럽과의 무역협상도 으름장…트럼프 "車 수입제한 할수도"

  • 입력일 : 2018.07.12 17:44   수정일 : 2018.07.12 23: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이 11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 예상대로 국방비 증액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배 이상 증액을 요구한 반면 유럽 측은 "세계가 미쳤다"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려 방위비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하던 중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당초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가 아니라 4%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확인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즉각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은 국방 문제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제안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조찬 회동하면서 유럽연합(EU) 수장인 독일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가 돼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독일을 보호하려 하는데 그들(독일)은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를 마친 뒤에도 트위터를 통해 "왜 29개 회원국 가운데 5개국만 (국방비 지출과 관련한) 이 합의를 충족하느냐"고 지적하며 "국방비 지출을 2025년까지가 아니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럽 회원국들은 당장 미국부터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터무니없는 주장이란 반응이다. 미국은 GDP 대비 국방비를 약 3.5% 지출한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미국 CNN방송에 "온 세계가 미쳐버린 것 같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결정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 수입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도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고 다음 방문국인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EU가 선의를 갖고 무역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부과되는 수백만 대의 차량과 관련해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U는 미국 농부들에게 시장을 닫고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오는 25일 EU 관계자들이 무역 협상을 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기 때문에 불공정 대우는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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