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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안보이는 김정은

평양 온 폼페이오 안만나고 김일성 기일 참배 보도없어
비핵화협상·경제개발 답보…돌파구 마련 위해 정국구상
과거에도 결단 앞두고 잠행

  • 입력일 : 2018.07.09 17:42   수정일 : 2018.07.10 08:43

북한이 김일성 주석 사망일(8일) 다음 날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수산궁전 참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아 배경과 의도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직계 후손(이른바 '백두혈통')임을 강조하는 북측으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행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암중모색을 이어가고 있다.

9일 북한 매체들은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김일성 주석 사망 24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동정은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해마다 김일성 주석 사망일 자정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궁전을 참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국면과 연관 짓는 시선도 있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끝내고 경제 총집중 정책을 표방한 상황에서 선대 지도자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김 위원장은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노선 변경을 앞두고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잠행한 바 있다.

그가 평양을 방문한 한미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을 마다하고 김일성 주석 사망일 참배 사실도 공개하지 않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재등장 시점에 묵직한 '한 수'를 둘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위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12월 17일)에 고위 간부들을 물리치고 홀로 참배한 뒤 대남·대미 노선을 극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미·북 관계 개선과 경제 개발 등 현안들이 본인이 뜻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참배 등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향후 정국 구상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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