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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협상 평행선…美 "대북제재 유지", 北 "미국 강도같다"

  • 입력일 : 2018.07.08 18:18   수정일 : 2018.07.08 23:41
◆ 美·北 협상 평행선 ◆



미국과 북한이 지난 6~7일 평양에서 개최한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리면서 향후 협상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회담을 위해 북한을 세 번째로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FFVD(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를 내세우면서 핵 신고서 제출 등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제재 완화를 병행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로 맞서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아 협상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회담 종료 후 담화문을 내고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받아쳤다.

소규모 성과는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미국 기자단과 만나 "거의 모든 주요 이슈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양측이 합의했던 '완전한 비핵화'에서 아무도 걸어나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측이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해 12일 판문점에서 협상하기로 했고, 동창리 미사일 시험시설 폐쇄와 관련된 협의도 곧 진행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비핵화 검증 등을 위한 워킹그룹도 구성하기로 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직후 "진전은 있었지만 최종 비핵화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데자뷔'라는 표현으로 북한이 과거의 지연 전략을 답습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며 "비핵화 협상과 이행 과정에 이러저러한 곡절이 있겠지만 북·미 두 당사자가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인 만큼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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