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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관계 전환시킬 정상회담 늦어도 11월엔 해야

文, 평창초대에도 習 묵묵부답…11월 당대회후 APEC서 조우
자연스럽게 분위기 띄워야

  • 입력일 : 2017.08.22 17:48   수정일 : 1970.01.01 09:00
◆ 韓中 수교 25년 (下) ◆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하반기 정상외교 일정에 '한중 정상회담'은 찾아볼 수 없다. 한중 수교 25주년이 24일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는 회복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만난 두 정상은 사드 배치에 있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했지만 중국 측에선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7월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는 개선되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연내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반응은 예상된 것으로, 사드에 있어 중국 태도가 쉽사리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초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수교기념일에 맞춰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정부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가급적 연내에 만나 사드와 북핵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전략적 접근이 없는 '만남을 위한 만남'은 지양해야 하며, 오는 11월 초 중국의 제19차 당대회 이후 만남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인 체제' 확립을 위해 당내 권력 암투 중인 시 주석 입장에선 그 전까지 한국에 어떤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 이전에는 국내 여론을 고려해 사드 배치와 북핵 문제에 있어 한미에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전에 만날 경우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며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당대회가 끝나면 시 주석 역시 몸이 가벼워진다. 우리 역시 그 전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지어 중국에 사드 출구전략 마련을 위한 정지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9월 뉴욕 유엔 총회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중국 당대회 이후인 APEC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한국 또는 중국에서 한중 정상회담 약속을 잡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양국 외교·군사 채널 간 물밑 대화가 일단 물꼬를 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고위급 외교는 물론 군사 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당대회 이전 양 정상이 만나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면 11월 문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도 "시 주석은 지난 7월 사드를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정교한 접근 없이 방중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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