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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판 FBI' 만든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추진…옛 사직동팀은 해체키로
일선 경찰서 가벼운 범죄만 처리…지방청, 광역수사 체제로

  • 입력일 : 2017.06.28 04:01   수정일 : 2017.06.28 13:18

경찰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권력 입김과 경찰청장 수사 지휘에서 독립된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가칭·이하 국수본) 신설을 추진한다.

옛 김대중정부 시절 '사직동팀'으로 불리며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던 본청 특수수사과 등 경찰청 내 직접 수사부서는 완전 폐지된다. 또 일선 경찰서의 인지수사 기능도 지방경찰청 수사 파트로 이관해 일선서는 가벼운 범죄만, 중대 범죄는 국수본 지휘하에 지방청이 직접 수사한다. 국수본 본부장은 경찰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하고, 수사경찰에 대한 인사권도 경찰청장이 아닌 본부장에게 부여해 수사 독립성을 대폭 강화한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이 같은 내용의 경찰조직 구조개편안을 마련해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수사기능 독립'을 핵심으로 하는 경찰 내부 개혁안이 알려진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경찰 조직개편 주요 방향' 문건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안은 경찰 최상위 조직인 경찰청 통제에서 완전 분리해 미국 FBI처럼 별도 수사전담기구를 만들겠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국수본은 전국 경찰조직 내 수사 기능을 흡수·통합해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형식상 경찰청장이 지휘해왔던 본청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 사이버테러수사팀은 해체돼 지방청으로 기능·인력이 흡수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수사과는 옛 청와대 하명 수사를 전담하다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지능범죄수사대와 함께 본청 차원의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했다"며 "아무래도 본청 산하에 있다 보니 경찰청장 등 상급자 입김에 좌우될 여지가 컸다"고 말했다. 본청 특수과와 지능범죄수사대는 검찰총장 하명수사를 전담했던 옛 대검 중수부와 엇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검찰은 2014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시절 정치 개입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진통 끝에 대검 중수부를 폐지했다.

경찰도 영장청구권·수사지휘권 등을 일부 검찰에서 넘겨받아 권한이 세지면 '정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경찰청장 산하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해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선 경찰서에서 담당했던 인지수사 기능도 국수본 지휘를 받는 지방경찰청으로 일괄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경찰서의 인지수사 부서 역할을 했던 '지능팀'이 폐지되고 일부 인력은 경찰서 경제팀으로, 나머지는 지방청으로 옮겨간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등 지방청의 수사부가 확대돼 '기획수사부'로 재편된다. 일선서 중심의 수사 기능이 지방청 중심 광역수사 체제로 전격 전환된다. 일선 경찰서는 기본적인 고소·고발 등 가벼운 사건 등만 담당하고 주요 공직자 수사를 비롯해 기업 비리 등 고난도 수사가 요망되는 인지수사 기능은 모두 지방청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이 경우 국수본은 경찰 내 모든 수사 인력에 대한 별도 인사권과 채용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교통·경비 등을 담당하는 행정경찰과 수사를 전담하는 수사경찰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 인력과 지휘를 전담하는 국수본 본부장은 외부 개방형으로 선출하는 안이 추진된다. 경찰 내부 회의에선 '1급 또는 차관급 3년 단임' 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사경찰에 대한 인사권도 경찰청장이 아닌 본부장에게 부여해 수사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한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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