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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정부 외교장관 모두 미국통…DJ·盧정부땐 脫美

  • 입력일 : 2017.05.22 17:58   수정일 : 2017.05.22 23:41
문재인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63)의 경력을 두고 정치권과 외교부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강 후보자가 '4강(미·중·일·러) 및 북핵 외교'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운 강 후보자의 외교관 경력은 유엔 등 다자 외교에 집중돼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진보·보수 정부 20년간 역대 11명의 외교부 장관이 '4강·북핵 외교' 경험을 갖췄는지 확인해 봤다. 장관 경력은 진보·보수 정권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보수 정부에서 외교장관은 모두 미국통(윤병세·김성환·유명환)이었다. 윤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10·4 남북정상회담 조율 작업을 했던 경험도 있었다.

반면 진보 정부에서 총 8명의 외교장관은 '탈미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통은 2명(반기문·송민순)에 불과했고 유럽·러시아통이 3명(최성홍·이정빈·홍순영), 비외교관 출신도 3명(박정수·한승수·윤영관)이나 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외교부 내에 '지나친 친미 성향'을 지닌 관료들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역대 외교장관 11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북미국장·심의관 출신으로 미국 쏠림 현상이 심했다. 대사 등 고위직으로 미국 외 국가를 직접 다뤄본 후보자는 유명환(일본 대사)·이정빈(러시아 대사)·홍순영(러시아 대사) 장관 3명에 불과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강 후보자의 발탁이 북미·북핵국에 쏠려 있던 외교부의 무게중심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북미·북핵국이 아닌 지역국에 근무하는 외교관 사이에서는 "북미 라인이 아니어도 고위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1·2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북미국 업무는 우리 외교에 매우 중요하지만 영향력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장관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균형 감각과 학습 능력이다.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채워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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