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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美에 안보 의존못해"

"일방통행 미국 정부 때문에 다자주의 중대한 위기맞아"
EU 국방협력 강화의지 피력…러와의 대화 가능성도 강조

  • 입력일 : 2018.08.28 17:40   수정일 : 2018.08.28 18:1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일방주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이 계속해서 유럽을 무시하면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수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으로 재외공관장들을 초청해 "무엇보다 미국 정책 탓에 다자주의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럽과 함께 전후 세계질서를 구축한 파트너가 공동의 역사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며 "유럽은 더는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이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작심하고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럽 동맹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분담금 인상을 윽박지르고 우방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수개월 내 선보이겠다고도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을 제치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점을 피력했다. 미국 숙적인 러시아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라며 "안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의 단합을 저해하는 이탈리아 극우 정부를 겨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단적인 조류가 확산되고 국가주의가 되살아났다"며 "유럽이 위기 한복판에 있지만 유럽의 길고 어려운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앞둔 영국에 대해서는 "브렉시트는 국가 주권에 따른 선택이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EU 통합성에 해를 끼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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