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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북미관계 개선 韓역할 커…남북정상회담 계속 추진할것"

정부 남북관계 운영에 비상

  • 입력일 : 2018.08.26 19:35   수정일 : 2018.08.26 22:42
◆ 폼페이오 방북 전격취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에 급제동을 걸면서 정부의 하반기 남북 관계 운영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서 실마리를 찾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9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 방침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과 하루 새 폼페이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극과 극을 오가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주말 동안 대북·안보 부처 주요 당국자들도 향후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했다.

26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무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오늘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청와대 관저에서 관계부처 장관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보고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북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향후 미·북 관계 및 대책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로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며 다음달 남북정상회담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 폭을 넓히는 데 촉진자, 중재자로서 역할이 더 커졌다는 게 객관적인 상황"이라며 "그런 구도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안건도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일정에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가 영향을 줄지 묻는 질문에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과 관련한 한미 정부의 상황 인식을 위해 긴밀히 소통·협의하는 등 공동 대응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그런 구도 속에서 남북연락사무소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별개로 이달 안에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전망이 다소 불투명해졌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이달 안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재 북측과 구체적인 (개소식 날짜 등) 일정을 계속해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물리적으로 사무소를 열기 위한 실무 작업이 지연될 경우 개소 일자가 9월 초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만일 미·북 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미국이 사무소 개설과 관련한 '대북제재' 이행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대론을 펼친다면 한미 공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를 하고 갑작스러운 방북 취소 결정과 관련한 배경과 향후 대응책 등을 협의했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들이 대화 모멘텀을 계속 지켜 나가면서 이를 위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최근 남북 관계 진전 상황을 설명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미·북 비핵화 대화의 추동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의 선후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대북 정책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어그러진 만큼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대북 정책의) 방향 전환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견인할지, 비핵화 문제는 여전히 침묵한 채 (북한과)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비핵화 없이는 제재 해제가 안 되고, 제재 해제 없이는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확대가 어렵다"면서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설득하는 자세로 3차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핵화 문제를 9월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설정해 김 위원장이 핵신고 리스트나 비핵화 로드맵·시간표 합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현재 누구도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그를 직접 만나 설득을 해낸다면 '한반도 운전자'로서 면모가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계만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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