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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신문들 "트럼프 언론자유 위협"

350곳 일제히 사설 실어…트럼프 왜곡된 언론관 비판
"1984 속 빅브러더 떠올라"

  • 입력일 : 2018.08.16 17:55   수정일 : 2018.08.16 17:59
미국 350여 개 언론사가 16일(현지시간) 비판적인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내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강력히 비판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미국 역사상 이처럼 많은 신문이 미리 약속하고 같은 주제의 사설을 게재하는 것은 처음이다. 수많은 신문의 공격 대상이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언론 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사설 연대'를 처음 제안한 언론사는 146년 역사를 지닌 보스턴글로브다. 보스턴글로브는 각 신문사 편집국에 전화해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을 비판하는 사설을 16일 게재하자고 제안했다. 이 언론사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신문 발간 하루 전인 1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사설 제목을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로 달았다.

보스턴글로브는 "오늘날 미국은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언론을 향해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이라고 주문을 거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며 "언론에 이 같은 딱지를 붙이는 것은 지난 200년 이상 우리가 공유해온 시민 협약을 위험에 내모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하는 발언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1984'에서 집권자인 '빅 브러더'는 국민의 모든 생활을 감시하고 정보 유통을 통제한다. 보스턴글로브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4229건에 달하는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수 언론인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자유 언론은 당신이 필요하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NYT는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1787년 친구에게 보낸 글에서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고 말한 내용으로 사설을 시작했다. 이어 "뉴스 미디어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면서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진실을 '가짜 뉴스'라고 강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인터넷판에 사설을 실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얼굴 위로 이번 '사설 연대'에 참여한 미국 언론사 이름을 빼곡히 적었다. 이와 함께 모든 해당 언론사 사설을 링크해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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