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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탄두·비밀시설 은폐 시도"

NBC·WP, 美정보기관 인용 보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도 늘려"
성김-北 최선희 판문점 재회동

  • 입력일 : 2018.07.01 17:44   수정일 : 2018.07.01 23:31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에도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핵탄두와 핵시설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NBC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WP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새롭게 입수한 증거에 따르면 북한은 핵탄두 수, 비밀 핵시설 등과 관련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을 속이기 위한 은폐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실제 보유한 것보다 핵탄두와 미사일, 핵 개발시설 등을 축소해 미국 측에 공개함으로써 암묵적 핵 보유국으로 남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약 65개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보다 훨씬 적은 양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WP는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영변 외에 최소 1곳 이상 비밀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수개월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도 중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미신고 핵시설도 포함된다고 밝힌 상황이다.

미국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영변 핵시설에만 초점을 맞추는 거래를 받아들일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WP 인터뷰에서 말했다. 앞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강성(Kangsong)' 발전소를 제2 우라늄 농축 시설로 지목한 바 있다. WP는 이날 이를 '강선(Kangson)'이라고 표기했다.

이 시설은 영변보다 농축 능력을 두 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정보기관은 2010년에 이 시설의 존재 사실을 인지했다고 WP는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트윗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은 더 이상 없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날 보도는 정작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을 뿐 핵무기 개발 자체를 멈췄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정부가 오는 6일께 폼페이오 장관 방북으로 재개될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사실상 '구두 경고'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북한이 핵탄두와 핵시설을 감추려고 시도하면 검증과 사찰이 무력화되고, 비핵화 협상도 실패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판문점 회동이 1일 재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군 유해 송환 작업 이외에 비핵화와 대북 체제 안전 보장 관련 논의 등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 김 대사와 최 부상의 회동은 6일께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사전 실무 조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 한 소식통은 "성 김 대사는 일종의 선발대 개념으로 방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 방북 시 합의할 내용을 최 부상과 사전에 조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언론은 성 김 대사가 탄 차량이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 방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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