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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美·中 통상전쟁, 서로 급소 찔렀다

美, 中이 키우는 첨단제조업 1300개 품목에 관세폭탄
中은 트럼프 표밭 겨냥해 美 차·대두에 25% 맞불관세

  • 입력일 : 2018.04.04 17:52   수정일 : 2018.04.04 23:55
◆ 美·中 통상전쟁 격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무역 보복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의 초석을 다진 직후여서 자존심을 건 두 정상 중 누구도 먼저 물러서기 어려운 싸움이 되고 있다.

주요 2개국(G2)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중국이 지난 2일 미국산 돼지고기, 신선 과일, 견과류, 스테인리스 파이프 등 128개 품목에 최대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 단계 가열됐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당초 시한인 6일보다 사흘 앞선 3일 고율 관세를 부과할 품목인 고성능 의료기기, 산업용 로봇, 첨단 통신장비, 항공우주, 전기차, 반도체 분야 중국산 수입품 1300개 목록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오후 미국산 대두를 포함한 농산품, 자동차, 화공품, 항공기 등 수입품 4종류 106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중국은 지난해 해당 미국산 수입품을 500억달러어치 사들였는데,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똑같이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무역 적자를 문제 삼지만 양국 간 통상 갈등의 이면에는 미래 세계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첨단기술 분야 경쟁이 자리 잡고 있어 무역전쟁이 쉽게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선정한 품목을 보면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에 포함된 분야를 집중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USTR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대두를 비롯한 농산품 등 106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일을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기본 원칙과 정신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WTO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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