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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천국된 한국유튜브…해외SNS서 퍼날라도 무방비

한국정부 규제 사각지대

  • 입력일 : 2018.03.21 17:49   수정일 : 2018.03.21 21:14
◆ 기로에 선 페이스북 ◆

페이스북의 개인 이용자 정보 유출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국내에서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주된 통로로 급부상 중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국내 포털들의 댓글 조작 논란은 이미 국내에서는 사회적 이슈화가 됐지만 정작 이들 외국계 기업들의 가짜뉴스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구글 유튜브에 '안희정'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둘러싼 음모론을 제기하는 동영상이 수백 개 검색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안 전 지사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라는 내용,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 비서에 대한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졌다는 내용 등 추측이나 억측을 마치 사실처럼 다루면서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지은 비서 비밀 밝혀져' 영상은 조회 수가 106만건이 넘으며, '문재인 대통령 충격적 비밀 터졌다'는 조회 수 105만건을 기록했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사람들이 수백만 번, 수천만 번씩 봤다는 얘기다. 유튜브 영상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시 한번 유통되기 때문에 실제 조회 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뉴스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일정 조회 수를 넘기면 광고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게 하고, 국내 통신망은 사실상 공짜로 쓰는 유튜브의 사업 방식이 무차별적인 가짜뉴스 양산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튜브가 국내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앱 분석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는 국내 이용자의 이용시간이 2년 새 3.3배 증가하며 주요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 사용자층은 10·20대다.

문제는 유튜브에 혼란을 부추기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가짜뉴스가 버젓이 유통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제재할 법이 없다는 점이다. 방송사가 오보, 과장, 허위 뉴스를 방송하면 방송법에 의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지만 '방송'으로 규정되지 않아 방송법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통신 심의는 도박·사행성 정보·음란물 등 불법적이거나 유해 정보를 제재하지만 가짜뉴스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면서 "가짜뉴스의 범위나 정의가 확립돼야 제재를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은 관련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폭력을 조장하거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적발해도 콘텐츠 원천 삭제가 불가능하다. 박진호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사회적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며 "여기서 유포되는 동영상은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국내 방송 사업자에 적용되는 엄격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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